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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이야기/-- 케이스 이야기

어머니께서 할수 있으신것들.

조금 지난 이야기 입니다만, 한 의뢰인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윤리강령상 어떠한 일이 있었느냐에 따라선 명확하게 이야기를 할수 없지만, 경험이 저보다 많은 선배 변호사의 비슷한 경험을 듣고선

'아.. 정말 어머니는 강하구나...'

라는걸 느끼게 되어서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경어는 생략하였음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1. 개요

일본에서 30년전에 호주로 이민을 온 부부 갑과 을. 갑과 을 사이엔 2남매가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건너오자 마자 시작하였던것이 청소업. 어언 30년을 자식 바라지 한다고 타국의 땅에서 고생하셨던 어머니 을에겐 너무나도 힘겨웠던 모양 이다.

을은 결국엔 간암 4기 진단을 받게 되고 병원에서는 간이 기능을 언제 멈추게 될지 모른다고 하였다. 간이 기능을 멈추어 버리면, 콤마 상태로 빠져버리게 되어, 회복이 되지 않는 이상은 결국은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하여 사망에 이르게 될수 밖에 없다는 상황. 가족들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 때문에 모두 비통함과 침울함을 감출수 없었다.
2. 어머니 을 과 유언장


아이러니 하게도, 갑과 을 부부사이의 합동공동명의 방식으로, 약 $3Million 가량의 부동산을 소유 하고 있었는데, 남편인 갑은 을이 영어를 전혀 할줄 모른다는 점을 악용? 하여 5년전 만일 을이 먼저 사망하게 될 시, 을의 명의로 되어 있던 모든 재산은 남편인 갑이 상속할수 있는 유언장을 변호사를 통하여 작성하였다.

을은 영어를 전혀 모르는 일본의 할머니였고, 평생 믿고 따라온 남편이 시키는 대로 유언장의 서명. 결과적으로 자기 자식인 A 와 B에게 자신의 재산을 물려주고 싶었으나, Succession Act 에 의거, 현재 유언장이 남편인 갑 앞으로 모든 재산이 넘어가게 되어져 있다.

이부분을 우연한 기회에 아들인 A가 발견, 어머니인 을과 상의 하게 되었고, 을은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유언장이 작성되었다는것을 알게된후, 아들인 A를 시켜 새로운 변호사를 선임하게 되었다.

3. 새로운 유언장, 병원으로의 방문


아들인 A는 호주의 다른 일본인 친구인 C를 통해 변호사를 찾는 중이었고, C와 대학 동창인 내가 결국은 병원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방문당시 어머니 을은 항암치료 등으로 인해 너무나도 앙상한 몰골을 하고 계셨지만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재산을 물려주고 싶다는 어머니의 사랑의 의지는 눈빛으로 충분히 느낄수가 있었다.

유언장을 작성시, 변호사와 의뢰인을 제외한 제 3자는, 가족이라 할지라도, 참석하지 않는게 통상적인 관례이자 형식이다. 어머니 을과 유언을 작성중, 남편인 갑이 병실로 들어왔고 '뭐하는 짓이냐고' 나한테 고성을 질렀다. 이미 사이가 틀어질때로 틀어져버려 더 이상 말로썬 해결이 될수 있지 아니하여, 병원의 경호원을 불렀고, 결국은 강제적으로 남편 갑을 병실에서 쫓아 낼수 밖엔 없었다.

4. 옛 유언장의 파기. 그리고 새로운 유언장의 효력


모든 절차가 다 완료가 된후 어머니 을의 눈빛에선 인자함 이상은 찾아 볼수가 없었다.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필자의 할머님은 작년 5월달에 오늘 날짜에 돌아가셨다. 항상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연락도 제대로 드리지 못하고, 2007년 12월에 4년만에 한국을 방문하였을때도 친구들 만나러 다닌다고 할머니 할아버지 모시고 여행한번 다녀오지 못한 죄가, 할머님을 여의고 난다음에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고 내가 죽일 불효자라고 밖에는 느끼지 못하였다.

필자의 이러한 개인적인 사정때문에, 어머니 을의 의뢰를 더욱더 내 개인적인 일처럼 밖엔 여길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어머니 을이 원하는대로 옛 유언장은 파기가 되고, 새로운 유언장이 작성이 되었다.

5. 그리고 .. 안녕히


새로운 유언장이 효력을 발생한 그 다음날, 아들인 A 한테서 전화 한통을 받았다. 결국 어머니 을은 긴 투병 생활을 끝내곤 돌아가셨다는 이야기 였다. 유언 집행역시 필자를 통하고 싶다며 연락을 받았고 운전중에 전화를 받았던 필자는, 조용히 차를 길 옆에 정차한후,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과 어머니 을의 모습이 자꾸만 반복되어 느껴져 목이 매어옴을 참을수가 없었다.

6. 어머니들...


이러한 이야기를 선배 변호사와 대표 변호사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하며 나누었는데, 이러한 경우가 굉장히 빈번하다고 이야기 하였다. 특히 어머니들은 병마와 싸우면서도, 자식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해놓기 위해 그 마지막 날짜까지 자신들의 목숨을 모성의 의지로 연장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목숨을 앗아가게된 병마와의 싸움에서는 져버린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어머니로서의 인생은 승리로 마감하셨던 케이스를 여러번 접했다고 한다.

7. 그리고...


2007/10/13 -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 - 결국 아들은 아버지를 닮는다
상기 글에서 아버지에 관한 글을 다룬 적이 있다. 우리는 우리의 부모가 얼마나 많은 것을 우리에게 남겨주는지 잘 알지 못한다. 스스로가 부모가 되어야만 겨우 이해하기 시작할뿐이지, 자식과 부모의 연이 생을 뛰어 넘어 연결되어있는 끈끈함을 이 생에 다 이해할수가 없다. 지금이라도 당장 휴대폰을 들어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께 전화를 드려 사랑한다고 말씀을 드려라. 지금 하지 아니하면 다시는 기회가 돌아오지 않을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