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은 이야기

결국 아들은 아버지를 닮는다

태니 2009. 5. 20. 07:29
글의 분위기상 경어를 쓰지 않았음을 미리 양해 바랍니다.

아버지는 항상 엄한 분이셨다. 그리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항상 냉정하시고 매사에 날카로우셨던 아버진 어렸을때 누구나 처럼 모든지 할수 있는 슈퍼맨이셨다. 인터넷에서 아래와 같은 글을 읽은 적이 있다.

   1. 태어나자 마자 자식은 아버지께 얼굴가림을 하는경우도 많다
   2. 그러다가 말을 하기 시작하고 학교를 가기 시작하면서 아버지는 모든것을 다 하실줄 아는 슈퍼맨이다
   3. 중학교에 들어가고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아버지는 모르는것도 있으시고 왜 그렇게 귀찮은 잔소리만 하는지 짜증만 난다
   4. 대학교에 들어갔을땐 그저 모든게 귀찮은 간섭으로 밖엔 보이지 않는다
   5. 군대를 갔다 오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집떠나서 고생을 하면서, 그리고 돈벌이기가 얼마나 힘든 질 세삼 느끼게 될때 이미 아버지의 이마엔 주름이 너무도 많다
   6. 삼십대에 들어서면서 중요한 결정을 할때는 아버지께 꼭 여쭈어 본다
   7. 사십대에 들어서면서 아버지는 세상엔 없으시면 안되는 중요한 인생의 충고자이자 사부님이시다.
   8.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어느덧 내 자식이 1번 부터 4번 혹은 5번까지의 태도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아버지의 위대함을 다시한번 느껴보게 된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은 미디어 어디에서든 쉽게 찾아 볼수 있다. Boyz II Men 의 A song for mama 를 들어보면 쉽게 알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아버지는 어떠한가? Take it for granted... 정도밖엔 되지 않는다. 성차별을 하자는게 아니지만, 누가 집세를 내고, 누가 식비를 만들고, 누가 머리위에 지붕을 얹혀 놓았으며 누가 집에 뜨거운 물이 나오도록 많을어 놓았는가?

인터넷에서 386세대는 깡통세대다 라는 말도 않되는 글을 읽어 본적이 있다. 물런 글 자체는 논리적으로 정리가 되어 있고 고개도 끄덕일만 하지만, 그래도 이나라 이땅을 이렇게 까지 일궈 놓으신건 우리들의 아버지가 아닌가? 그런데 아버지에 대한 우리들의 태도는 어떠한가...

어쨌거나 다시 본문으로 돌아가서, 내 스스로가 어렸을때 부터 지금 일을 하고 있을때 까지, 아버지께 대한 태도를 담배 한대 동무 삼아 생각하다가, 문득 생각난게 있다.

그건 아들은 아버지를 결국 닮게 된다 라는 것이다.

혼자서 먼길을.



이건 어렸을때 부터 않거지만 아버지 만큼 날카롭고 신사적인 분은 아직까지 뵌적이 없다. 우리 아버지 자랑을 한다고 한다면 이건 자랑이다. 정치적, 종교적, 경제적, 국제적인 문제를 항상 아버지께서 다른 아버지들과, 사업가들과, 학생들과 말씀을 나누셨을때 보면은 정말 어떻게 인간이 상대방의 약점을 논리적으로 잡아내면서도 혹은 본질을 파악해서, 상대방이 화를 않내게 말을 할수가 있지... 라고 느낀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종교적인 예를들어서 논란의 요지가 있긴 하지만, 아버지께선 한번 수십명의 교회분들 앞에서 대놓고 이런말을 하신적이 있으시다. 비지니스를 교회가 하는것 처럼 한다면 성공하지 못할 사업은 없다고. 그 코멘트에 대해서 목사님, 집사님 들 우르락 부르락 하시며 언성을 높이셨지만 아버지께서는 조용히 목소리를 오히려 낮추시며 천천히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반박을 하셨다. 그날 솔직히 교회분들께 단체 린치를 당하지 않을까 목숨의 위협을 느낀적으로 분위기가 험악했지만, 신사적으로 또 억지마저도 논리로 무마 시켜버리는 아버지의 언변때문에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으면서 다같이 떠들수가 있었다.

아버지의 신사적인 면은 아버지께서 사업을 하실때 처음 알아봤다. 한없이 등산이랑 담배 피기만 좋아하시는 아버지께서 서비스업인 카센터를 삼성을 그만두시고 하신적이 있으셨는데 이상하게 주위의 카센터들은 항상 파리만 날리고 우리 아버지 카센터만 항상 손님이 북적북적 되는것이었다. 그렇게 사이즈가 큰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오래된 사업도 아닌데 이상하게 손님들이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버지의 앞서 나갔던 경영방침과 서비스업은 곳 친절과 봉사라는 아버지의 자세때문에 또 어머니의 헌신적인 지원때문에 그럴수 있지 않았나 싶다. 항상 직원 교육은 철철히 하시되, 직원들 모두를 사비를 써가며 일본의 서비스업을 경험시키신다며 수십차례나 어머니와 함께 다녀 오셨고, 또한 큰 작업이든 작은 작업이든에 상관없이 약속된 시간안에 철저히 모든일을 완벽하게 하셨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이러한 자세 때문에 나는 좋은 버릇이 하나 생겼다. 약속을 지키는것. 항상 친구들과 약속시간엔 적어도 30분 먼저 나가서 기다리는 재미를 알았고, 의뢰를 받게 되면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전화로, 서면으로 무료로 보고를 드린다 (몇몇 한국 의뢰인들껜 이것이 성이 차지 않는 모양이다만, 아직까지 이러한 업무방식에 대해 외국인 의뢰인 한테서 불평 불만을 받아본적은 없다). 또한 신사가 되는법을 배웠다. 항상 여자와 길을 걸을땐 내가 도로변으로 걸었고, 길을 건널땐 차가 오는방향에 앞서 나가서 걸었다. 대학다닐땐 선배님들껜 항상 허리를 90도로 굽혀서 인사를 했고 형수님들껜 가끔식 아들, 딸들 어떻게 커가냐고 돼지 삼겹살을 들고 찾아가서 문안인사를 드렸다. 덕분에 공짜밥도 많이 얻어 먹었고, 좋은 조언도 많이 들었다.

아들아


하지만 나는 아버지에 비하면 아직 개망나니수준에 불과하다.

넥타이를 매기 시작하면서 어머니 친구분들이 나를 보시곤

    '엄마야! 오데 저래 즈그 아버지 하고 똑닮았노!"

라고 말씀하신다. 고모, 숙모님들도

    '즈그 아버지 하고 똑같데이 호호호'

라고 말씀하신다. 처음엔 그냥 아버지 아들이니까 하시는 말씀이시겠지 하더니 최근들어 정말이라는것을 많이 느꼈다. 사소한 것부터 큰것까지. 운전할때도 아버지 처럼 좌석을 90도로 세워서 천천히 운전을 하고, 담배를 피우고 재를 터는 방법하며, 사람들과 상담을 할때, 설득할때 어떠한 어투로 어떻게 말을 진행해야 하는지. 하지만 나는 아버지에 비하면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 변호사에 불과하다.

항상 어머니껜 사랑해요 라고 말씀을 자주 드린다. 자주 하기 시작했더니 이제는 어렵지도 않다. 그런데 아버지께 아버지 사랑합니다 라고 말씀을 드리기엔 너무나도 어색하고 쑥스럽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아버지께 이메일을 쓸때도 항상 어머니 아버지 사랑해요~ 라고 밖에 쓸수가 없다. 고등학교까지는 아빠 아빠 라고 불렀는데 대학교 들어가서 아버지 아버지하고 불렀더니 나도 쑥스럽고 아버지도 쑥스러워 하셨다. 그런데 하루는 어머니께서 이런말씀을 나한테 하신적이 있다

    '허허허 미모 (울 아버지는 어머니를 미모 라고 부르신다 웩;;), 더이상 아빠라고 불리지 못하니 아쉽기도 하지만, 아버지 아버지 라는 소리를 저놈한테서 들을줄은 몰랐네. 내가 늙었긴 늙었나봐...'

지금 다시 아버지의 얼굴을 가만히 다시 떠올려 보니 정말... 우리 아버지 많이 늙으셨다.

사랑합니다 라고 부모니께 말씀드리기 정말로 힘든것 잘 압니다 ^_^;;; 하지만 기회를 놓쳐버리고 후회하는것 만큼 더 힘든것도 없답니다. 모두 집에 돌아가셔서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라고 말씀드려 보세요. 고개숙인 아버지가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회사에 다녀오실수 있으실꺼고 어머님께서 해주시는 반찬이 틀려질지도 모르니까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