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이야기/-- 케이스 이야기

30살 차이의 국제 결혼, 그리고 현주소

태니 2007. 10. 9. 08:58

서비스 업이라는게 말그대로 사람을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 하는것 입니다. 물런 사람을 상대하지 않는 서비스 업이라는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람을 상대하는것 만큼 힘든 직업도 없습니다. 더군다나 법률 서비스가 더욱이나 피곤하다고 제가 느끼는것은 사람들이 가진 '문제'를 '당사자'와 혹은 '피해자'와 ''을 가지고 상대하는것 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제가 감당하기 힘들어 하는 분야는 이혼 케이스와 회사의 부도 혹은 개인 파산케이스 들입니다. 이혼 케이스를 하나 맡았다 하면은 그날은 그냥 일 하기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먼저 남편분의 혹은 아내되시는 분의 하소연을 다 들어 줘야 합니다. 그것이 일이니까 어쩔수 없습니다. 당사자들은 하소연할 사람을 제대로 찾았다 싶어서 아에 티슈 한박스를 자기 앞에 놔두고 눈물 팽 콧물 팽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맨처음에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사랑했고 그러다가 언제 권태기가 왔고 언제 가정폭행이 일어났으며 자식은 언제 출산했고 지금 그사람이 가진 여자가 십이다 백이다 가진돈은 여기 있다 저기 있다 현재 집은 누구 명의로 되어 있으며 해외에 비밀 은행 계좌에 몇억을 쳐 밖아 놨다 등등


결코 이러한 이야기들을 달갑게 받아 드릴수는 없습니다. 만약에 직업이 아니었다면 한쪽 귀로 듣고 한쪽귀로 흘리고 말아버릴 케이스들이니까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제 서로 몸 마음 다 갈라지고 자식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헤어지겠다는데. 그리고 법률비용은 저쪽이 포함해야 한다 고래고래 소래를 지르고 어쩌다가 상담도중에 상대방한테서 전화가 오면 또 그걸 가지고 한참 싸웁니다. 니가 잘했느니 내가 잘했으니.divorce


한 마디라도 전 흘려 들을수 없습니다. 어떻게 재산을 갈라야 하는지, 분배할때 들어가는 비용은 어떻게 되는지, 양육권은 어떻게 되며 또 가지고 있는 가구며 자동차며 이것 저것은 누가 소유를 하게 되는지... 등등에 제대로된 어드바이스를 줄려고 하면 한자도 빠짐없이 다 받아 적었다가 간추려야 하고 또 의뢰인한테 확인 작업을 해야 하지요. 솔직히 정말로 하고 싶지 않은 법 분야 이긴 합니다.


오늘 소개 해드리고자 하는 케이스는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결혼 7년차의 국제 결혼을 한 부부입니다. 아내 A 는 중국에서 22살때 왔고 남편 B 는 52살때 아내를 만났습니다. A는 B가 운영하는 회사의 말단 직원이었는데 B의 눈에 띄게 되고 B의 물질적인 애정공새에 못이겨 결혼을 하게 되었답니다. A는 정말 누가 봐도 미인입니다. 더군다나 A를 자세히 보면 남자를 끌여드리는 마력;;; 비슷한게 있습니다. 내공도 심후하셔라..


그러다가 A는 이제 돈에 눈을 뜨게 됩니다. 물런 중국에서 호주까지 유학을 올려면 왠만한 집안에서는 꿈을 꾸지도 못합니다. 국가간의 환율 및 경제 적인 차이로 인해서 중국에서 호주로 유학 오는 케이스는 집안이 정말로 대단한 재력가 이던가 아니면 정말 초 엘리트라서 나라에서 보내준다, 라고 중국친구한테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B는 A에게 선물로 BMW M3 시리즈를 사주게 됩니다. bmwm3 첨부 사진과 모델이 틀릴수도 있습니다. Need for Speed Most Wanted에 주인공이 타고 다니는 차 입니다만, 억소리 나는 자동차 입니다. 브랜드 제품으로 몸을 휘감기 시작하고 힘든 일은 끝, 아침 점심 저녁으로 이어지는 쇼핑과 고급 레스토랑에서 오래된 와인을 곁들인 생활이 계속 되기 시작합니다. A는 그당시에 철이 없었습니다. 그저 지갑안에 돈만 있으면 즐겁고 남이야 30살차이를 가지고 뭐라하든 자신은 행복했으니까요. 이런 여자들을 외국에서는 Gold Digger 라고 합니다.


도대체 가진돈이 얼마나 되느냐라고 주임 변호사한테 물었습니다. 주임 변호사가 B의 현재 보이는 재산만 91Million 이라고 했습니다. 참고로 B는 자수성가한 유고슬라비안 입니다. 그 소리를 듣는순간 orz 하고 말았습니다. 어떤사람들은 돈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다가 B가 이제 슬슬 본격적으로 본성을 들어내기 시작합니다. 허니문 기간이 끝나고 B의 행동은 점점 무뚝뚝해지기만 합니다. B는 A랑 만나기 전까지 결혼을 한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애인들이 전세계적으로 널려있다고 A가 이야기 해줬습니다. 더군다나 B는 A를 결혼하고 지금까지 한번도 혼자서 집밖으로 내 보낸적이 없습니다. 쇼핑도 항상 B가 같이 매일 가주다가 B가 귀찮아 하기 시작하니 그야 말로 집에 꼼짝 묶인 신세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A가 불만을 토로하자 B는 A에게 손찌검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B는 그래 자식이라도 낳아 보면 태도가 바뀌겠지, 라고 생각하고는 임신을 하게 됩니다.annanicolesmith 이쁜 딸 아이를 출산합니다. 현재 18개월인 딸아이 C는 너무나도 작습니다. 부모님들의 불화를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 제 가슴안에 안겨서 좋다고 만일 웃어되기만 합니다. 그러다가 제 양복에 토한적도 있었습니다... 아 섊...


그러다가 결혼 7년차, A가 드디어 미쳐버립니다. B로부터 오는 갖은 학대와 고립으로 인해 A는 아! 이제 조까! 라고 생각하고는 어린 딸 아이를 업고 문을 박차고 나옵니다. 집 나오기 전에 집 안을 확 휘져어서 약 삼십만불 가량의 골동품과 가구를 박살내는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나를 주시지 그러셨어요 ㅠ,.ㅠ

그리고는 B와 연락을 딱 끊어버리고는 잠적을 하고 우리 사무실에 찾아온것입니다.


일이 이렇게 된뒤 벌써 3주째 입니다. A는 완전히 갈라설려고 생각중입니다. B는 절대로 그럴수가 없습니다. 호주 가정법에 따라서 이혼을 하게 된다면 상당한 양의 부를 빼앗기게 될께 틀림없으니까요.


결국 문제는 돈입니다. 그래서 최선의 해결책으로 일단은 별거 생활을 하면서 부부 카운셀링을 받아 보는것으로 결정했습니다. 다음주 월요일이 첫 카운셀링입니다만, 잘 해결이 될지 않될지 참 걱정입니다. 귀여운 딸아이 C를 위해서라도 A와 B가 정신을 차렸으면 합니다만, 우리 주임변호사는 비용만 받으면 되니까 법적인 문제 외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많은 변호사들이 개인적인 감정을 개입시켜서 이혼케이스를 맡게되면서 자신의 가정이 파탄나기도 한다고 주의를 줬습니다 -_-;.. 저야 뭐 아직 23살이고 결혼을 생각하는 연인도 있고 또한 A는 제 타입이 아니라서 별로 상관을 하지 않지만, 실제로 Anna Nicole Smith 와 그녀의 변호사 Howard Stern 꼴 나는 케이스가 수두룩 하답니다. 그래서 자기는 법적문제 이외에 갈라서라 다시 마음 돌려라 라는 식의 대화는 절대로 않한답니다. 참 차갑게도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그게 어찌보면 올바른 접근 방식이기도 합니다.


어째꺼나 순수하고 로맨스가 기반이었던 연애가 결혼이라는 현실로 변하게 되면서 사람의 마음이 행동이 태도가,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한테 변한다는것이 참 무섭기도 하고 안탑깝기도 함을 다시한번 깨우쳐준 케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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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신참 변호사로써 제가 맡게되는 케이스를 적어서 올려 볼까 합니다. 물런 Client Confidentiality에 어긋나지 않는 한도에서 말입니다만,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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