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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싶은 이야기

어머니의 영어실력

아 이번한주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분기말이 되어서 세금 신고다 환급이다 조정이다 뭐다 이것저것 바빴습니다. 거기다가 우연히 좋은 일자리가 있어서 이력서를 넣었는데 마지막 라운드 까지 운좋게 뽑혀 같습니다.

브리즈번에서 있는 큰 로펌들중 알아주는 곳이었고 지금 일하고 있는 어카운팅펌도 보수도 나쁘지 않고 일자리 환경도 괜찮았지만 11월 28일까지 일하기로만 계약을 했었기 때문에 다른 일자리를 알아 보고 있던중 일이 이렇게 진행이 되었습니다.

목요일날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해서 오랜만에 양복빼입고 출근을 한뒤 일찍 조퇴를 하고 브리즈번으로 운전하던 도중 전화가 오더군요.

"I'am sorry Mr Kim, but we happened to have someone else who suits better to our firm and he is already here signing his contract. I wish you the best and if anything ever pops up later down the track, I will definiately let you know. Sorry"
미안합니다 미스터 킴. 그렇지만 당신보다 우리 펌에 더 적절한 사람을 찾아버렸고 그 사람은 지금 자기 고용 계약서에 싸인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행운을 빌며 혹시라도 나중에 미스터 킴이 필요해 질때 당연히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냥 한마디로 물 먹은거였습니다.

아 서글프더군요.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 로펌 파트너의 아들이 일자리를 대신 꿰어찼더군요. 이래서 빽 없고, 돈 없고 경력 없으면 서럽고 더럽고, 그러면 출세해라 라는 말이 있나 봅니다.

어쨌거나 조퇴도 했겠다 시간도 어중간 해서 그냥 브리즈번 씨티를 이래저래 걸었습니다. 아 오늘따라 법원주위에 흰 가발을 쓴 멋쟁이 변호사들이 왜그렇게 부러워 보일까요.

명색이 나도 변호산데, 시켜만 주면 잘 할수 있는데, 이번엔 정말 잘될것 같았는데 라는 생각을 이리저리 하며 걸어다니다 일단은 결과를 기다리고 계실 엄니께 전화를 먼저 넣었습니다

"엄니 죄송해요. 이번일 뜻대로 안됬네요 ^_^;;;"
"괜찮다. 니를 않데리고 간 그 색x들이 나쁜놈들이지. 집으로 온나. 곰국 끓여놨다"

라고 말씀하시는데 순간적으로 코끝이 찡해지더라구요. 그냥 집에는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 해서 못간다고 거짓말 하고는 자취방으로 돌아왔습니다.

아 오늘따라 밀린 빨래랑 여기저기 늘어져 있는 서류랑 책들이 왜 그렇게 더러워 보일까요. 그냥 쭈그려 앉아서 담배만 실컷 피다가 꽁~해 있는데 문자가 왔습니다.

엄니로 부터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울 엄니의 영어실력. 이거 뭔가 좀 수상쩍은데;;;




   


Tenny, I know its hard but don't give in mum's always here for you you are going to be the best lawyer i believe in you love you mum...

라고 왔습니다. 아들아, 힘든거 안다. 하지만 포기하지 마라. 엄마가 항상 너를 위해 여기 있지않니? 너는 최고의 변호사가 될거다. 널 믿고 있다. 사랑한다. 엄마가

울 엄니 영어 실력 치고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핫핫핫. 아 엄니,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야 해요!

엄니의 사랑때문이었을까요, 다음날인 오늘 금요일 오전에 전화 한통 오후에 전화 한통, 각각 다른 로펌에서 면접을 봤으면 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첫번째 로펌처럼 큰 곳은 아니지만, 서둘지 말고 천천히 경력을 쌓아가면서 나아가야 할것 같습니다. 아는길도 돌아가라고 하잔누. 다들 좋은 주말 보내세요.

글고 엄니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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